13곳 언론사 보도된 내용 종합

[책 속으로] 태안 살리기 기부 캠페인 전국 중고책방들도 동참

  '상징'이 참 묘하다. 충남 태안을 보면 얼핏 그런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안은 수많은 여름 휴가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태안이라고 하면 곧바로 드넓은 갯벌과 염전이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더 이상 여름휴가지로서의 태안이 아니다. 태안은 그 자체로 '환경 파괴'의 동의어가 됐고 '자원봉사'의 희망이 됐다. 상징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수 천 만명의 생각을 일순간에 바꾸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전국 중고책방들이 내달 3일까지 '태안반도 살리기 기부 캠페인'에 나섰다. 아름다운 가게와 인터넷 도서 오픈마켓 '북코아'와 함께다. 태안의 '환경 회복' 상징성이 중고책방의 동참을 끌어낸 것이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국민 열망이 깊고 애절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기부는 북코아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이뤄진다. 물론 일반 독자들도 동참이 가능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새 책 혹은 중고책을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이나 북코아에 기증하면 된다. 기부금은 해당자 이름으로 기름유출 복구사업에 사용된다. 중고책방은 도서 구매로 발생하는 수익금의 10%를 기부할 계획이다. 중고책방은 사실 그 자체로 친환경 비즈니스다. 추가 혹은 남용된 서적이 끝까지 제 생명을 다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사업이다.

태안은 갯벌과 염전 외에 독살로도 유명하다. 독살은 '돌로 쌓은 살'을 뜻하는데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돌 설치물이다. 대나무나 갈대로 만든 남해의 죽방렴과 엇비슷한 전통어법 중 하나다. 그런 독살도 기름 범벅 때문에 어려워졌다.

어민과 국민들의 바람만큼 태안이 '환경 회복'을 상징하는 코드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 참에 국내 최대의 환경사고이자 자원봉사의 상징어로 떠오른 '태안'의 자취를 다룬 서적 출간도 잇따르면 어떨까. 싫던 좋던 삶은 기록의 문제이기도 하다. 백현충 기자